상파울루에 머무르며 우연히 방문하게 된 브라질 최초의 현대미술관 MASP.
그곳에서 저명한 개념 미술가 José Leonilson 호세 레오닐슨의 기획전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처음 알게 된 예술가였는데, 미술계에서 이름 있는 사람이었다.
아직 한국에서는 접하기 드문 내용을 다룬 기획전이었다.
생전에 그는 주로 퀴어 남성으로서의 경험을 자전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창작했다.
본 기획전은 그가 창작한 순서대로 작품을 전시해뒀다.
처음에는 이를 몰랐다.
그런데 갈수록 작품의 분위기가 극에 치닫는 것을 느끼곤 두리번거리다가 전시벽 가장 높은 곳에 연도가 적힌 것을 보고 알게 되었다.
기획전 가장 초입, 그가 에이즈에 걸리기 이전 작품들은 차분한 느낌이 든다.
차갑고 이성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간단한 선과 글귀를 담은 작품이 주를 이룬다.
저 단순한 선의 드로잉으로 지구를 받치는 사람 머리를 표현한 것을 보고, 단순하게 그리면서도 표현력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는 단순히 종이에 펜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천에 수를 놓은 작품들을 많이 창작했다.
이는 그의 부모가 옷감 상인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점차 작품이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공포게임의 그림체를 보는 듯하여 섬뜩했다.
그가 에이즈에 걸리고 나서의 작품이라서 그런 건가 싶다.
많은 비평가들이 그의 작품이 너무 날 것이고 노출되어 있어서 그의 일기 속 친밀한 편지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처음엔 이를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작품을 볼수록 그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생전 마지막 즈음의 작품들은 천으로 만든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에이즈 합병증으로 그림을 그리기 어려워서 그렇다고 한다.
그는 에이즈 합병증으로 1993년 30대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가장 나중에 창작된 작품들을 보니 그는 많이 외롭고 누군가를 그리워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내용을 다룬 기획전이라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기획전 바로 앞에서는 그의 작품을 활용한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기획전을 보기 전에는 굿즈가 그려진 그림이 그저 느낌 있고 세련됐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 보고 난 뒤에는 그림에 담긴 그의 생각과 작품 감상의 여운이 느껴져 왠지 구매하기 어렵게 느껴졌다.
어쨌든 그는 매력적인 그림체를 가진 작가임에는 틀림없지만 말이다.
지하 2층의 비디오룸 전시관에서는 한국의 작가 이강승의 기획전이 준비 중이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그 작가는 호세 레오닐슨에게 영감을 받아 작품을 창작하기도 했다.
함께 감상하면 뜻깊을 것 같았지만 현재는 입장이 불가해 아쉬웠다.
한국에 돌아가서 기회가 된다면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으로, 상파울루 미술관 MASP에 방문한다면 본 기획전을 꼭 감상하길 추천한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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